꿈은 나이를 먹지않는다.

제1부. 첫문을 열고 봄: '어머니의 봄'

박백중 2024. 11. 23. 07:1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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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반월안산시 미디어입니다.]

새날의 약속 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

     시인 조다은


벽에 걸린 새 달력을 들여다봅니다  

하루 만에 1년이 지났습니다 

벽을 뚫어지게 보던 눈 

고개 숙여 엄지손가락 엉겁걸에 구부려봅니다 

돼지감자처럼 울퉁불퉁 휘어지고 

굵어져 펴기도 불편한 마디마디 

세월의 흐름 알게 하고 

그 현실이 서러워져 잠시 등을 돌려봅니다 


받아 든 세월 앞에 벗어나기 쉽지 않은 벽은 

시간이 아니라 마주한 현실입니다 

주름 늘어난 일굴, 흰 머리카락 빗질할 때마다 

더 많은 시선 멈추는 일 빈번합니다 

검버섯 생기고, 쌍꺼풀이 재산이던 눈은

겹겹이 쌓여 늘어진 고무줄 같습니다 


넘어지면 일어났고, 병 들어 삶이 참담할 때 

누군가 찌르는 말 가시가 되어 

심장을 두근거리게 할 때

마음은 찢겨 그물 누더기가 되있습니다 

 

꽃처럼 예쁘던 시절 잊은 지 오래 

지나간 계절들로 켜켜이 쌓여가는 삶의 무게 무거워 

생의 포장 끈 풀어 놓아버리고 싶었을 때

참, 많기도 했습니다.

그러나 묵어가는 시간을 지켜준 건

내일,

내일은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뿐이있습니다

한 장씩 뜯겨 나가는 달력과 같은 방에 살며

가끔 난,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 


체면 서지 않아 낮 빛 어두워질 때 

구겨진 자존심 아무렇지 않은 척해도 좋으련만 

접고 넘어야 할 그 선을 지키고 사는 

내가 한심할 때가 있습니다 

그런 나를 살게 해준 것은 끌어주고 믿어주고 

꾸짖어 주고 다듬어 준 달력을 가장 많이 뜯어낸

시간이란 친구와 희망

한 치 앞도 모르고 사는 게 삶이라

귀에 못 박히게 들어 이젠 들리지 않습니다

하나, 둘 곁을 떠나는 사람들 보며

우리들의 하루하루를 소중하게 

살펴야 할 날들인 줄 알면서도 눈 감고 살아갑니다. 

다시 그러지 않기를 다짐했다가 

순간의 생각으로 그치고만 날 허다합니다 .

무슨 베짱인지 모를 일이지만 

실수한 일도 낡아가는 시간에 묻혀 

미안하다는 말 차마 못 하고 지나버렸고, 

남이 잘못한 일에 대한 것은 

용서하지 않고 부끄럽게 숨겨두고 있습니다 


나에게 관대했고, 남에게는 

인색한 1년을 살았으니 

이제 묶은 감정을 털어내고 달력 가장자리에 

이렇게 메모해 둬야겠습니다 


새롭게살자 .

 

어떤 일이었거나 서운한 마음 남아 있다면,

담아두고 있다면 미안하다 용서해달라고,

나도 누군가에게 너를 용서한다고 

날마다 어둠 속에서 빛을 더 밝히려는

아득한 별빛 같이 

 

날마다 색이 달라 

늘 신비로움을 지닌 달빛같이 

변하는 것에도 이유 있음을 

나도 그 의미를 아는 사람이 되겠다고 

그렇게 빛나는 날들을 살아보겠다고 

벽에 마음의 약속을 달고

있는 힘껏 탕탕 못을 칩니다.

 

눈에 든 망치의 무게는 마음보다 가볍고

시선은 뜨겁기만 합니다.

벽을 등지고 눈으로 못을 박고 있는 지금,

새날의 약속

야속한 시간 넘어 가슴 열린 달력 속으로

빠르게 흐르고 있습니다.

 

[반월안산시 미디어 박백중입니다. paekzung@daum.net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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