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반월안산시 미디어입니다.]
새날의 약속
시인 조다은
벽에 걸린 새 달력을 들여다봅니다
하루 만에 1년이 지났습니다
벽을 뚫어지게 보던 눈
고개 숙여 엄지손가락 엉겁걸에 구부려봅니다
돼지감자처럼 울퉁불퉁 휘어지고
굵어져 펴기도 불편한 마디마디
세월의 흐름 알게 하고
그 현실이 서러워져 잠시 등을 돌려봅니다
받아 든 세월 앞에 벗어나기 쉽지 않은 벽은
시간이 아니라 마주한 현실입니다
주름 늘어난 일굴, 흰 머리카락 빗질할 때마다
더 많은 시선 멈추는 일 빈번합니다
검버섯 생기고, 쌍꺼풀이 재산이던 눈은
겹겹이 쌓여 늘어진 고무줄 같습니다
넘어지면 일어났고, 병 들어 삶이 참담할 때
누군가 찌르는 말 가시가 되어
심장을 두근거리게 할 때
마음은 찢겨 그물 누더기가 되있습니다
꽃처럼 예쁘던 시절 잊은 지 오래
지나간 계절들로 켜켜이 쌓여가는 삶의 무게 무거워
생의 포장 끈 풀어 놓아버리고 싶었을 때
참, 많기도 했습니다.
그러나 묵어가는 시간을 지켜준 건
내일,
내일은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뿐이있습니다
한 장씩 뜯겨 나가는 달력과 같은 방에 살며
가끔 난,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
체면 서지 않아 낮 빛 어두워질 때
구겨진 자존심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좋으련만
접고 넘어야 할 그 선을 지키고 사는
내가 한심할 때가 있습니다
그런 나를 살게 해준 것은 끌어주고 믿어주고
꾸짖어 주고 다듬어 준 달력을 가장 많이 뜯어낸
시간이란 친구와 희망
한 치 앞도 모르고 사는 게 삶이라
귀에 못 박히게 들어 이젠 들리지 않습니다
하나, 둘 곁을 떠나는 사람들 보며
우리들의 하루하루를 소중하게
살펴야 할 날들인 줄 알면서도 눈 감고 살아갑니다.
다시 그러지 않기를 다짐했다가
순간의 생각으로 그치고만 날 허다합니다 .
무슨 베짱인지 모를 일이지만
실수한 일도 낡아가는 시간에 묻혀
미안하다는 말 차마 못 하고 지나버렸고,
남이 잘못한 일에 대한 것은
용서하지 않고 부끄럽게 숨겨두고 있습니다
나에게 관대했고, 남에게는
인색한 1년을 살았으니
이제 묶은 감정을 털어내고 달력 가장자리에
이렇게 메모해 둬야겠습니다
새롭게살자 .
어떤 일이었거나 서운한 마음 남아 있다면,
담아두고 있다면 미안하다 용서해달라고,
나도 누군가에게 너를 용서한다고
날마다 어둠 속에서 빛을 더 밝히려는
아득한 별빛 같이
날마다 색이 달라
늘 신비로움을 지닌 달빛같이
변하는 것에도 이유 있음을
나도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이 되겠다고
그렇게 빛나는 날들을 살아보겠다고
벽에 마음의 약속을 달고
있는 힘껏 탕탕 못을 칩니다.
눈에 든 망치의 무게는 마음보다 가볍고
시선은 뜨겁기만 합니다.
벽을 등지고 눈으로 못을 박고 있는 지금,
새날의 약속
야속한 시간 넘어 가슴 열린 달력 속으로
빠르게 흐르고 있습니다.
[반월안산시 미디어 박백중입니다. paekzung@daum.net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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